지중해식 식단은 오랫동안 “건강에 좋다”는 직관 수준에서 회자됐다. 그 직관을 임상시험 수준의 근거로 끌어올린 연구가 PREDIMED(Prevención con Dieta Mediterránea)이다. Ramón Estruch 등 스페인 연구진이 2013년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처음 발표하고, 일부 무작위 배정 절차의 결함을 보완한 뒤 2018년 같은 저널에 다시 발표한 Primary Prevention of Cardiovascular Disease with a Mediterranean Diet Supplemented with Extra-Virgin Olive Oil or Nuts는 식이가 심혈관 질환 1차 예방에서 어디까지 작용할 수 있는지를 직접 검증한 보기 드문 RCT다.
연구 설계는 단순하지만 야심적이다. 심혈관 위험은 높지만 아직 발병하지 않은 55–80세 스페인 성인 7,447명을 모집해, 셋 중 한 식단으로 무작위 배정했다. 한 군은 지중해식 식단에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를 무상으로 추가 제공받았고, 다른 한 군은 같은 지중해식 식단에 혼합 견과류(호두·아몬드·헤이즐넛)를 추가로 받았다. 대조군은 단순히 “식이지방을 줄이라”는 일반 권고를 받았다. 모든 군은 영양사의 정기 상담을 받았고, 약 4.8년간 추적됐다. 연구 종결 시점의 일차 결과는 심근경색, 뇌졸중, 심혈관 사망의 복합 사건이었다.
결과는 분명했다. 두 지중해식 식단군 모두에서 일차 복합 결과의 발생률이 대조군 대비 약 30% 낮았다. 절대 숫자로 보면 1,000인-년당 약 8건이 약 6건 수준으로 줄어든 차이지만, 약물 없이 식이 패턴 변화만으로 얻은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뇌졸중 감소가 두드러졌다. 2018년 재발표판은 무작위화에 대한 비판을 반영해, 부부·가족·진료소 단위에서 함께 배정된 일부 사례를 보정한 분석을 추가로 제시했다. 보정 후에도 결론의 방향과 크기는 거의 그대로 유지됐다. 즉 “방법론적 문제가 있었음에도 결과가 유지됐다”는 점이 PREDIMED의 신뢰도를 오히려 더 강화한 셈이다.
이 연구가 영양역학의 기둥이 된 이유는 RCT라는 설계 자체에 있다. 식이는 보통 관찰 연구로만 다뤄진다. 사람을 무작위로 식단에 배정해 5년간 따라가는 시도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PREDIMED는 그 한계를 넘어서, 무작위 배정과 정기 상담, 식품 무상 제공이라는 도구로 식이 패턴을 실험 변수처럼 다뤘다. 그래서 이 논문은 단일 영양소 연구의 한계를 넘어 “식단 전체”가 임상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임상시험 수준에서 보여준 거의 유일한 증거로 자주 인용된다. 이후 미국·유럽의 영양 가이드라인이 지중해식 식단을 표준 권고에 명시한 흐름은 PREDIMED의 결과 위에서 이뤄졌다.
다만 한계도 분명하다. 참가자는 모두 스페인 거주자였고, 이미 지중해식 식문화에 익숙한 인구다. 다른 식문화권에서 똑같은 강도의 효과가 나타날지는 별개의 문제다. 또한 일차 결과는 심혈관 사건 복합지표였고, 전 원인 사망에서는 통계적 유의성이 약했다. 그리고 이 식단이 작동한 핵심이 정확히 무엇인지 — 올리브유의 다중불포화지방산인지, 견과류의 식이섬유와 미네랄인지, 가공식품과 붉은 고기를 줄인 효과인지, 셋의 조합인지 — 는 PREDIMED 자체가 깔끔히 분리해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이 논문은 “지중해식 식단 패턴 전체”가 작동했다는 결론까지만 안전하게 가져갈 수 있다.
한국 시장에서 이 논문은 두 가지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단일 슈퍼푸드 마케팅보다 “패턴”이 임상 근거에 더 가깝다는 점이다. 올리브유 한 병, 견과류 한 봉지로 PREDIMED 결과를 재현할 수 없다. 빵·붉은 고기·가공육·단당 음료를 줄이고, 통곡물·생선·채소·올리브유·견과류·콩과식물 비중을 함께 끌어올린 결과다. 둘째, 한국 식문화와의 접합점이다. 한식은 채소 비중과 발효식품, 콩과식물 활용에서 지중해식과 의외로 자주 닿는다. 다만 나트륨 섭취, 가공 어묵·소시지 사용, 정제 곡물 비중에서는 멀어진다. PREDIMED를 단순히 들여오기보다, “지중해식이 작동한 메커니즘”을 한식 안에서 다시 설계하는 작업이 외식·HMR·기능성 식품에 더 현실적인 길이다.
Primary Prevention of Cardiovascular Disease with a Mediterranean Diet Supplemented with Extra-Virgin Olive Oil or Nuts는 식이라는 변수를 임상시험의 무대에 올린 드문 사례이자, 식단 전체가 심혈관 질환 1차 예방에서 측정 가능한 효과를 낸다는 점을 가장 분명한 형태로 보여준 논문이다. 외식 메뉴 기획자, 건강식 브랜드, 공중보건 정책 담당자, 그리고 한식의 산업적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이 논문은 식이를 “취향”이 아니라 “결과 변수”로 보게 만드는 기준 문헌이다.
원 논문
Ramón Estruch, Emilio Ros, Jordi Salas-Salvadó 외, Primary Prevention of Cardiovascular Disease with a Mediterranean Diet Supplemented with Extra-Virgin Olive Oil or Nuts,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18;378(25):e34.
*DOI* 10.1056/NEJMoa1800389 *PMID* 29897866
출처
- [PubMed](https://pubmed.ncbi.nlm.nih.gov/29897866/)
- [DOI](https://doi.org/10.1056/NEJMoa1800389)
- [OpenAlex](https://api.openalex.org/works/https://doi.org/10.1056/NEJMoa1800389)
- [Crossref](https://api.crossref.org/works/10.1056/NEJMoa18003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