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식품은 늘 건강식의 상징처럼 이야기되지만, 과학은 그 이미지를 조금 더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발효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식품이 곧바로 기능성 식품이 되는 것은 아니고, 어떤 미생물이 관여했는지, 어떤 대사산물이 만들어졌는지,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가 함께 검토돼야 한다. Eirini Dimidi 등 4인이 발표한 리뷰 논문 Fermented Foods: Definitions and Characteristics, Impact on the Gut Microbiota and Effects on Gastrointestinal Health and Disease는 바로 이 질문을 정리한 대표 논문이다. 이 논문은 발효식품을 유행이 아니라, 장내 미생물과 소화기 건강을 둘러싼 과학적 검증 대상으로 다시 읽게 만든다.
논문이 먼저 정리하는 것은 정의다. 저자들은 발효식품을 “미생물의 조절된 증식과 효소 작용을 통해 식품 성분이 전환된 식품 또는 음료”로 본다. 이 정의가 중요한 이유는 시장에서 발효식품이라는 말이 너무 넓게 쓰이기 때문이다. 케피어, 콤부차, 사우어크라우트, 템페, 낫토, 미소, 김치, 사워도우 빵처럼 전통과 공정이 다른 식품들을 한 덩어리로 묶어 건강 효과를 일반화하면 오해가 생긴다. 이 논문은 발효식품을 하나의 브랜드처럼 보지 않고, 미생물 구성과 발효 결과물이 다른 여러 식품군으로 나누어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들이 설명하는 작동 기전도 흥미롭다. 발효식품은 살아 있는 미생물을 통해 잠재적인 프로바이오틱 효과를 줄 수 있고,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생리활성 펩타이드나 바이오제닉 아민, 변환된 폴리페놀 같은 대사산물을 통해 장 환경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또 발효 과정이 항영양소를 줄여 소화와 흡수를 돕는 경우도 있다. 즉 발효식품의 가치는 단지 “균이 들어 있다”에 그치지 않고, 발효 과정 전체가 식품의 기능적 성격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논문이 정말 중요한 이유는 낙관론보다 근거 수준을 먼저 본다는 점이다. 저자들은 발효식품과 장 건강의 연결이 실험실 수준에서는 매우 유망해 보여도,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시험은 아직 많지 않다고 정리한다. 검토 대상 가운데 적어도 한 건 이상의 무작위 대조시험이 있었던 것은 케피어, 사우어크라우트, 낫토, 사워도우 빵 정도였고, 콤부차, 미소, 김치, 템페에 대해서는 실험실 연구에 비해 임상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다. 이 차이는 실무적으로 매우 크다.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이나 제품 기획에서 “전통 발효식품이니까 건강에 좋다”는 식의 단순 메시지는 과학적 설명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논문이 특히 주목한 식품은 케피어다. 케피어는 젖당 흡수 불편 개선이나 Helicobacter pylori 제균 보조 같은 영역에서 적어도 일부 임상 근거가 있었다. 반면 다른 발효식품은 기대를 뒷받침할 만한 고품질 인체 연구가 아직 제한적이었다. 이 결론은 발효식품 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장 건강을 내세우는 제품은 점점 늘고 있지만, 시장성이 큰 것과 임상적 설득력이 높은 것은 별개일 수 있다. 결국 앞으로 경쟁력은 발효식품이라는 이름 자체보다, 어떤 균주와 공정, 어떤 건강 결과를 구체적으로 입증했는가에서 갈릴 가능성이 높다.
한국 시장에서 이 논문은 더 현실적으로 읽힌다. 김치, 장류, 발효 음료처럼 발효식품이 이미 일상 식문화의 일부인 사회에서는 “발효식품이 몸에 좋다”는 상식이 매우 강하다. 하지만 이 논문은 그런 상식을 부정하기보다, 한 단계 더 정교하게 만들라고 요구한다. 김치와 미소, 콤부차와 낫토는 모두 발효식품이지만 미생물 생태와 섭취 방식, 기대할 수 있는 건강 효과, 근거 수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 식품기업이나 콘텐츠 제작자는 발효식품을 하나의 건강 서사로 뭉뚱그리기보다, 제품별 작동 기전과 인체 근거 수준을 구분해 설명할수록 더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결국 이 논문은 발효식품을 둘러싼 기대를 낮추려는 글이 아니라, 기대를 더 정확한 기준 위에 올려놓으려는 글에 가깝다. 발효식품은 장내 미생물과 소화기 건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충분히 있지만, 그 효과는 식품 종류와 발효 과정, 섭취 맥락, 임상 근거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발효식품의 미래는 막연한 건강 이미지보다, 어떤 식품이 어떤 메커니즘과 어떤 사람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를 더 잘 설명하는 데 달려 있다. 발효식품을 연구하는 사람에게도, 이를 제품으로 만드는 산업에게도, 그리고 건강한 식생활을 고민하는 소비자에게도 이 논문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 논문
Eirini Dimidi, Selina Rose Cox, Megan Rossi, Kevin Whelan, Fermented Foods: Definitions and Characteristics, Impact on the Gut Microbiota and Effects on Gastrointestinal Health and Disease, Nutrients, 2019;11(8):1806.
*DOI* 10.3390/nu11081806
*PMID* 31387262
*PMCID* PMC6723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