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과일과 채소를 다섯 접시 먹으라(5-a-day)”는 권고는 영양 캠페인에서 가장 널리 퍼진 메시지 중 하나다. 그러나 이 권고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임상 근거 위에서 정확히 어떤 효과 크기를 가지는지, 어느 구간에서 효과가 평탄해지는지를 정량적으로 다시 확인한 연구는 의외로 많지 않다. Dong D. Wang 등 하버드 의대·브리검여성병원 연구진이 2021년 Circulation에 발표한 Fruit and Vegetable Intake and Mortality는 그 빈자리를 채운 대표 연구다. 미국의 두 대규모 코호트(Nurses’ Health Study와 Health Professionals Follow-up Study)에서 약 30년간 추적된 108,735명의 데이터, 그리고 26개 코호트(약 200만 명)의 메타분석을 한 분석 안에서 함께 다뤘다.
결과는 일관된 비선형 용량-반응 관계를 보였다. 과일과 채소의 합산 섭취량이 가장 적은 그룹과 가장 많은 그룹을 비교했을 때, 가장 많은 그룹의 전 원인 사망 위험이 약 13% 낮았다. 심혈관 사망에서는 약 12%, 호흡기 질환 사망에서는 약 35% 낮았다. 위험 감소가 평탄해지는 변곡점은 분명했다. 하루 약 다섯 접시(과일 두 접시 + 채소 세 접시) 구간에서 위험이 가장 낮았고, 그 이상으로 늘려도 추가 감소가 거의 없었다. 즉 5-a-day라는 슬로건이 임상 근거의 변곡점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이 이 연구의 가장 직관적인 결론이다.
그러나 모든 과일과 채소가 같은 신호를 낸 것은 아니다. 보호 효과가 가장 분명한 군은 녹황색 잎채소, 베타카로틴·비타민 C가 풍부한 채소, 십자화과 채소(브로콜리·양배추·콜리플라워), 그리고 일부 베리류였다. 반면 감자(특히 가공된 감자튀김 형태), 옥수수, 일부 전분 채소는 사망 위험과 의미 있는 음의 방향 연관을 보이지 않거나 약했다. 과일주스는 5-a-day의 한 접시로 셈하기 어려웠다. 같은 칼로리 기준에서 과일주스 섭취는 보호 효과가 약하거나 사라졌다. 즉 이 논문은 “양”이 아니라 “어떤 형태의 과일과 채소”를 먹는가가 결과 변수와 함께 묶인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저자들은 26개 코호트 메타분석에서도 같은 방향을 다시 확인한다. 다양한 식문화권의 데이터에서, 과일과 채소 섭취가 늘어날수록 전 원인 사망과 심혈관 사망이 일관된 음의 방향으로 묶였고, 변곡점은 대체로 일일 다섯 접시 부근이었다. 메타분석은 또한 단순 합산보다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조적으로 시사한다. 같은 양을 먹어도 색·종류가 다양한 식이가 더 강한 보호 효과를 냈다. 식물성 영양소(파이토케미컬), 식이섬유, 칼륨, 다양한 항산화 성분이 함께 작동하는 패턴이라는 해석이다.
연구의 한계는 분명하다. 모든 자료가 자기보고 식이 설문에 기반하고, 과일·채소를 많이 먹는 사람은 동시에 다른 건강 행동(흡연 회피, 신체활동, 통곡물 비중)을 함께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저자들은 가능한 변수를 보정했지만 잔여 교란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또한 코호트의 다수가 미국 인구이고, 식문화·재배·유통 환경이 다른 지역에서의 외삽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그래서 결론은 “다섯 접시가 모든 사람에게 정확한 마법의 숫자”가 아니라, “다섯 접시가 임상 근거의 변곡점에 가장 가깝고, 그 구성에서 어떤 채소·과일을 고르는가가 효과의 강도를 결정한다”에 가깝다.
이 논문이 가이드라인에 미친 영향은 분명하다. 미국 식이지침, 영국 NHS의 5-a-day 캠페인, EU 다수 국가의 권고가 이 연구를 핵심 근거로 인용해 권고선과 표현을 정비했다. WHO도 일일 400g 이상의 과일·채소 섭취를 권고하는 기존 입장을 유지·강화하는 자료로 이 논문을 사용했다.
한국 시장에서 이 논문의 함의는 두 갈래다. 첫째, 한식의 강점이 단순한 문화적 자산이 아니라 임상 근거 위에서 측정 가능한 자산이라는 점이다. 채소 반찬 중심 구성, 잎채소·뿌리채소·해조류의 일상적 비중, 김치·나물·장류와 결합된 채소 섭취 패턴은 5-a-day의 변곡점에 자연스럽게 도달할 수 있는 구조에 가깝다. 둘째, 그러나 청년·1인 가구·외식 의존 인구에서 채소 섭취가 빠르게 줄고 있고, 외식·HMR 메뉴 다수가 채소를 사이드 한 접시로 축소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Wang 2021의 결과는 이 흐름이 단순한 식문화 변화가 아니라 측정 가능한 사망 위험 변수와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외식 메뉴 기획자, HMR·도시락 운영자, 학교·기업 급식 담당자에게 이 논문은 “사이드 채소”를 정상 메뉴로 끌어올릴 임상 근거를 제공한다. 동시에 과일주스·튀긴 감자처럼 5-a-day로 셈하기 어려운 카테고리를 분리해서 다뤄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한다.
Fruit and Vegetable Intake and Mortality는 5-a-day라는 오래된 권고를 가장 큰 데이터 위에서 다시 정량화한 글이자, 채소·과일을 단순한 영양 권고에서 사망 위험의 변수로 다시 자리잡게 만든 코호트·메타분석 연구다. 결론은 단순하다. 하루 약 다섯 접시, 그것도 잎채소·십자화과 채소·베리류 같은 보호 효과가 분명한 군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식이가 사망 위험과 가장 일관된 음의 방향으로 묶인다는 점이다. 외식·급식·HMR·도시락·식음료 운영자, 그리고 한식의 채소 정체성을 산업화 흐름 안에서 다시 설계하는 사람에게 이 논문은 채소를 “곁들임”이 아니라 “수명 변수”로 다시 보게 만드는 기준 문헌이다.
원 논문
Dong D. Wang, Yanping Li, Shilpa N. Bhupathiraju 외, Fruit and Vegetable Intake and Mortality: Results From 2 Prospective Cohort Studies of US Men and Women and a Meta-Analysis of 26 Cohort Studies, Circulation, 2021;143(17):1642-1654.
DOI 10.1161/CIRCULATIONAHA.120.048996 PMID 33641343
출처
연구 메타
- 원논문: Fruit and Vegetable Intake and Mortality: Results From 2 Prospective Cohort Studies of US Men and Women and a Meta-Analysis of 26 Cohort Studies
- 저널: Circulation
- 연도: 2021
- DOI: 10.1161/CIRCULATIONAHA.120.048996
- PMID: 3364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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